몇 년 전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드라마가 드디어 나왔구나 하는 기쁨과 반가움에 그 드라마가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가며 매회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비밀의 숲 안에는 정의, 탐욕, 야망, 죄악, 부정부패, 비리, 기타 등등이 내재되어 있었다.
감정은 없고 냉정한 이성만 있는 황시목(조승우)의 캐릭터 특성을 그렇게 잡은 것도 어쩌면 그렇게 감정이 배제된 이성만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사회의 문제들을 끝까지 파헤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지 않나 싶다. 뇌수술로 인한 감정 상실, 오로지 이성만으로 상황을 판단해야만 하는 황시목의 성격이 이 드라마를 더 밀도 있게 끌고 갔다.
황시목과 대립되는 서동재(이준혁)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따르는 기회적인 성향이 잘 나타났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이익에만 충실한 지극히 현실적인 성향이 드라마 끝에 가서까지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면을 부각해 주었다.
처음부터 악마여서 그러는 게 아니라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내 옆의 완전 보통의 사람들이 나쁘게 되었다고 외치던 한여진(배두나). 악의 평범성을 말하는 또 다른 표현으로 여겨진다. 눈감아주면 안 된다. 잘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 너무 친해서 너무 가까워서 모른 척하다 보니 악이 그냥 만연해졌다고.
영은수(신혜선)의 죽음에 황시목은 소리친다. 왜 보고만 있었습니까? 왜 싸우지 않으셨습니까? 그 목소리가 비단 그 장례식장을 지켰던 영은수(신혜선) 아버지에게만 향한 부르짖음이었을까?
그리고 윤 과장(이규형). 자기 아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서 박무성을 살해한다. 그리고 뒤에는 이창준이 있었다.
이창준(유재명)은 비리의 시작은 밥 한 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접대라고 하기 애매한 선의의 밥 한 끼 대접을 받았다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고. 그래서 첫 발에서 빼야 한다고 했다. 이창준은 죽음으로서 그 발을 빼고자 했다. 이창준은 박무성을 죽임으로써 살인을 이용하면서 까지 이 사회의 부정부패 비리를 밝히고자 했다. 이렇게 유서에서 말한다.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부정부패가 해악을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어야 한다." 그러나 그 또한 괴물이었다. 이창준(유재명)을 황시목(조승우)은 마지막에 괴물이라고 칭한다. 우리 사회가 만든 괴물.
"괴물입니다. 그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본인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세상에 더 큰 목숨 더 작은 목숨은 본 적이 없습니다. 죄인을 단죄할 권리가 본인 손에 있다고 착각한 시대가 만든 괴물입니다."
비밀의 숲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잘 보여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황시목의 입을 통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함도 드러내었다.
"헌법이 있는 한 우린 싸울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 안에서 이러한 괴물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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