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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

by freshmaria 2020. 8. 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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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키워졌다. 상견례 날 선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남자 쪽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반면에 준호 엄마 정순은 스몰 웨딩에 불만을 표시해 보는데 그 자리에서 준호 아버지는 정순의 말을 무시해버린다. 준호는 선영이 준비해 오는 아파트에 몸만 들어가는 것으로 하고 결혼식 규모를 스몰 웨딩으로 이미 계획했지만 엄마 정순은 혼수를 아무것도 해오지 않는 선영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5살 6살밖에 안된 어린 유진에게 나에겐 너뿐이야 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던 엄마를 볼 때마다 책임감이 느껴졌다.  유진의 할아버지는 효자였다. 자신의 아내를 사노비 보듯 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유진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자신의 엄마가 가장 불쌍했다. 아버지는 불쌍한 자신의 어머니를 잘 모시고 보상해 줄 여자를 구했다. 그런 여자가 유진 엄마 정순이었다. 엄마 정순은 고생하지 않고 따박따박 벌어다 주는 돈 받으며 살기 위해 유진 아버지를 선택했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그러한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시어머니는 유진 엄마 정순에게 생활비를 주고 아껴 쓰라고 타박하기 일쑤였고 유진 아버지는 엄마 정순이 아파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가도 보살피지 않는 그런 아버지였다. 시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홀대를 받으며 살아온 엄마 정순. 그녀의 부당한 대우에 유진은 맞서 싸웠지만 엄마 정순은 그런 유진을 오히려 혼냈다. 하지만 유진은 사랑하는 엄마가 받는 고통을 자신도 함께 하면서 마음이 찢기는 경험도 했다. 그럴수록 엄마는 유진에게 내가 누구한테 말하겠니 누가 내 얘길 들어주겠니 라며 유진을 옥죄었다. 그러나 엄마 정순은 아들에겐 고통스러운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아들에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딸인 유진에게만 자신의 고통을 말해 왔다. 유진은 그런 엄마를 떼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비정해져야 했고 독립해서 나갔다. 독립해서 나가면서도 엄마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어린 자신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는지 깨닫게 되면서 죄책감이 분노로 바뀌어갔고 엄마를 그렇게 만든 할머니와 아버지에게도 분노하게 된다.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 남자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 사람, 자기 욕구를 헐어 남의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이 엄마의 이름이다. 현명한 아내의 이름이다. 이러한 이름으로 불릴 때 가정의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아버지의 생각, 그리고 헤어진 남자 친구의 생각. 그리고 순응하면서 살았던 엄마 정순.

그러나 정순은 그 부당함을 또 다른 이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며느리라는 이름의 선영에게.

딸 유진은 그렇게 되어선 안된다고 말한다. 

부당하게 대우받은 엄마는 아내는 며느리는 또다시 다른 이에게 그런 부당함을 전가하려 한다. 그렇게 당하고 슬퍼하고 분노했지만 또다시 그 분노를 타인에게 전가하려 한다. 딸 유진은 그런 엄마의 부당함에 분노한다. 

작가 최은영은 이렇게 말한다.

며느리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딸이라는 이유로 받아 마땅한 고통은 없다 라고. 흘릴 필요가 없는 눈물은 흘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꾼다 라고.

 

이 소설에서 엄마 정순은 자신이 받은 부당한 대우를 며느리가 될 선영에게 보상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그 부당함을 다시 전가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보상받는 것처럼. 자신이 그렇게 받았기에 자신도 그래도 되는 것처럼.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그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마땅한 고통은 없다. 자신이 비록 부당한 대우와 홀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부당하게 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유진이 엄마 정순에게 말한다. 엄마가 그렇게 나쁜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엄마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정순이 유진 앞에서 실언을 하고 만다. 부모 없이 자란 선영을 받아줬다고. 그런 말을 듣고 유진은 엄마에게 분노하고 바로 가방을 들고 그 집을 나오려고 할 때 유진 아버지는 유진과 정순이 설거지를 가지고 싸우는 거라 착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서로서로 양보하고 그래야 가정이 평화롭지 라고. 그러자 유진은 아 평화요 라며 한마디 하고 나간다. 유진 아버지가 말하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되기 위해선 그 누구도 그 누구를 부당하게 대하지 않고 끊임없는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아야 하며  고통받지 않는 가운데 오는 평화야 말로 진정한 평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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